델파이 분석: 2020년 이후 토큰 540여 개 추적 결과, 대부분 발행가 밑에서 생애를 보냈다
토큰 시장의 불편한 현실, 발행가 회복보다 하락 구간이 더 길었다
신규 상장 토큰 상당수가 초반 단기 급등을 제외하면, 상장 가격 아래에서 훨씬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분석이 나왔다. 델파이 디지털(Delphi Digital)이 발표한 ‘State of Token Markets’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출시된 540개가 넘는 토큰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인 토큰은 전체 생애의 약 70%를 발행가 밑에서 거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보고서가 지적한 핵심은 단순히 가격이 약했다는 수준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토큰 설계 자체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는 것이다. 많은 프로젝트가 높게 부풀려진 완전희석가치(FDV)와 극도로 적은 초기 유통량으로 시장에 등장했고, 상장 직후의 상승 구간에서 얻은 이익은 내부 관계자나 이른바 파밍 세력에 집중됐다. 반대로 일반 투자자들이 마주한 것은 이후 이어지는 완만한 하락 흐름이었다.

언락이 누적될수록 성과 악화…비트코인 대비 열세 확대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언락(unlock) 구조다. 분석에 따르면 전형적인 토큰은 언락이 한 번 진행될 때마다 비트코인 대비 평균 7%씩 추가 부진을 나타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10번째 언락 시점에는 누적 부진 폭이 -47%까지 확대됐다.
이는 공급 물량이 시장에 풀릴 때마다 매도 압력이 커졌고, 그 부담이 가격에 지속적으로 반영됐다는 뜻이다. 즉, 토큰 가격 약세는 단순한 수요 부족이 아니라 공급 스케줄과 인센티브 설계가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발행가 대비 구간별 체류 시간 분석…절반 이하 구간이 압도적
델파이는 토큰들이 발행가 대비 어느 가격 구간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발행가의 0.5배 미만 구간에 머문 시간이 가장 길었다.
- 전체 542개 토큰 유니버스 기준
- 발행가의 0.25배 미만에 머문 비중: 36%
- 발행가의 0.25배~0.5배 구간 비중: 16%
이를 합치면 조사 대상 토큰들은 생애의 절반이 넘는 기간 동안 발행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거래된 셈이다. 상장 당시 기대와 실제 장기 성과 사이의 괴리가 상당히 컸다는 의미다.
코호트별 차이도 뚜렷…L2는 약했고 CEX 토큰은 상대적으로 선방
카테고리별 편차도 분명했다. 레이어2(L2) 토큰은 분석 대상 가운데 가장 부진한 축에 속했다. 이들은 수명의 80%를 발행가 아래에서 보냈고, 발행가 이상에서 거래된 기간은 20%에 그쳤다.
반면 중앙화 거래소(CEX) 토큰은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CEX 토큰은 시간이 흐르면서 성과가 개선된 거의 유일한 코호트였고, 상장 후 첫 90일과 비교해 전체 생애 기준 발행가 상회 비중이 15%포인트 증가했다.
컨슈머 크립토 토큰은 보다 극단적인 양상을 보였다. 전체 생애 중 42%를 발행가의 0.25배 미만에서 보냈지만, 동시에 23%는 발행가의 2배 이상 구간에 머물렀다. 다시 말해, 대다수는 깊게 하락하고 일부만 크게 상승하는 복권형 분포가 확인됐다는 뜻이다.

바이백만으로 해결되진 않는다…핵심은 공급 규율
델파이는 이런 시장 구조가 최근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인 변화 사례로는 바이백(자사 토큰 매입)이 언급됐다. 예를 들어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프로토콜 수수료의 97%를 HYPE 바이백에 사용하고 있다. 또 유니스왑(Uniswap)은 지난해 12월 6억 달러 규모 공급 소각과 함께 수수료 스위치를 활성화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소각 물량은 2018년 이후 홀더들이 받았어야 할 수수료를 반영해 설계된 것으로 설명됐다.
다만 보고서는 바이백 자체를 만능 처방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바이백 규모가 아니라, 그것이 공급 관리와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는 점이다.
- 주피터(Jupiter)는 유사한 바이백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 토큰 1달러어치를 매입하는 동안 3.78달러 규모의 언락 물량이 시장에 풀렸다
결국 매입보다 신규 공급이 훨씬 많다면, 바이백의 가격 방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이퍼리퀴드가 달랐던 이유
델파이는 하이퍼리퀴드가 예외적 성과를 낸 배경으로, 매수세와 맞붙는 대규모 내부자 물량이 상대적으로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즉, 바이백이 효과를 내려면 단순히 돈을 들여 사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언락과 내부자 공급까지 통제되는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매출이 높아도 토큰 가격은 따로 움직일 수 있다
프로토콜이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토큰 가격 상승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펌프(Pump)는 온체인에서 가장 큰 수준의 바이백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정책이 장기적으로 토큰 성과를 안정적으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이는 시장이 더 이상 단기 매입 이벤트나 거래량 증가만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투자자들은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실제 현금흐름, 그리고 그 현금흐름이 토큰 공급 관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결국 상장 당시 화려한 FDV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장 이후의 운영 방식이다. 얼마를 버는지만큼이나, 얼마나 규율 있게 공급을 통제하는지가 장기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라는 의미다.
시장은 이제 ‘진짜 현금흐름’에 프리미엄을 주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수익률에서도 확인된다. 델파이에 따르면 매출 기준 상위 10개 프로토콜로 구성한 매출 가중 포트폴리오는 2025년 1월 이후 30% 수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17% 하락했다.
이는 대부분의 토큰이 여전히 발행가 아래에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 실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과 공급 규율을 함께 갖춘 일부 프로토콜은 시장에서 분명한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델파이는 이를 두고 “시장이 이제 진짜 현금흐름에 값을 치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정리하면, 토큰 시장은 과거의 부풀려진 가치평가와 내부자 중심 분배 모델에서 벗어나, 매출과 공급 통제 능력을 동시에 갖춘 구조를 더 높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라면 앞으로 토큰의 스토리나 상장 초기 기대감보다, 실제 수익과 토큰 공급 구조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함께 점검해야 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출처 :: https://www.coinddak.com/news/articleView.html?idxno=6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