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 언론 등에서 용어로 말장난하는걸 단순히 웃어넘기지 말아야 할 이유

사피어-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은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거나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으로, 강한 버전인 언어 결정론과 약한 버전인 언어 상대론으로 나뉨.
강한 버전인 언어 결정론(linguistic determinism)은 언어가 사고를 완전히 결정한다는 주장임. 즉,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언어의 구조와 어휘에 의해 사고 방식이 완전히 제한된다는 것임. 예를 들어, 어떤 언어에 특정 개념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개념을 이해하거나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임. 다만 이쪽은 현재에 와서 별로 지지를 못받음.
약한 버전인 언어 상대론(linguistic relativity)은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만, 완전히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으로 현재는 이쪽이 더 인정받음. 이 버전에서는 언어가 사고를 형성하고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언어 외의 다른 요소들도 사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봄. 예를 들어, 특정 언어가 특정 개념을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여,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개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임.

이를 픽션에서 표현한 대표적인 것이 소설 1984에 나오는 신어(Newspeak)인데, 소설 속 독재국가 오세아니아(Oceania)의 전체주의 정권인 "영사"(Ingsoc)가 시민들의 사고를 통제하기 위해 고안한 인공 언어로, 언어를 통해 사고를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의도를 보여줌

신어는 단어의 수를 줄이고, 복잡한 개념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제거함으로써 사람들이 특정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는데, 예를 들어, "자유"라는 개념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면, 사람들은 자유에 대해 생각할 수 없게 됨.
이는 사피어-워프 가설의 강한 버전, 즉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주장과 일치하는데 언어가 사고의 범위를 제한하고, 특정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보여줌.

신어는 단어의 의미를 단순화하고, 반의어를 제거하여 사고의 폭을 좁힘. 예를 들어, "좋다"라는 단어는 있지만 "나쁘다"라는 단어는 없고, 대신 "좋지 않다"와 같은 표현만 사용됨.
이는 언어가 사고의 틀을 형성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의 약한 버전(언어 상대론)과도 연결되는데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쳐 특정 개념을 더 쉽게 또는 더 어렵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을 보여줌.

신어는 이중사고(모순된 생각을 동시에 믿는 것)를 가능하게 하도록 설계되었음. 예를 들어, "전쟁은 평화다"와 같은 모순된 문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함.
이는 언어가 사고를 왜곡하고, 현실을 재구성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하는 점과 일치함.

오웰은 신어를 통해 언어가 권력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고했음. 현실 세계에서도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적 올바름, 선전, 검열 등 언어를 통한 사고 통제의 예를 찾아볼 수 있음.

(최근에 생각나는 단어들이 좀 있는데 글 잘릴까봐 본문에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