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 아버지 공방에 한 번만 놀러 와줄래?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냥 오늘은 마음이 조금 속상해서, 푸념처럼 몇 자 적어본다.
내가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는 최근 심근경색이라는 질환을 앓고 계셨다. (물론 지금은 스텐트 시술 받으셨다.)
병원에 입원해 작은 등을 구부리고 앉아 계신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서른 중반.
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였을 때는 이미 아이 둘이 있었고, 곰처럼 듬직하면서도 살가운 아내와 어머니까지 네 식구의 삶을 책임지고 있었다.
오순도순 살았다고 말하면 참 예쁘겠지만, 사실은 하루하루 아등바등 버텨낸 시간이었을 것이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해야 할 일은 끝도 없었고,
누군가는 계속 돈을 벌어야 했고,
누군가는 말없이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야 했다.
그 좁은 어깨와 작은 등에
대체 어떻게 네 식구를 모두 업고 살아오셨을까.
병원에 앉아 계신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는데, 그제야 그 무게가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대부분 몸을 쓰는 일이었다.
힘을 쓰고, 땀을 흘리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가족을 먹여 살렸다.
그렇게 평생을 쉬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이제는 건강을 잃고 예전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마주하니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뒤틀렸다.
속상하고, 공허하고, 덧없었다.
나는 주말이면 피곤하다며 뒹굴거리고
쉬는 것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문득 부모님 머리 위에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아직은 늘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았는데
시간은 나만 데리고 흐른 것이 아니었다.
은퇴 후 아버지가 그나마 마음을 붙인 곳은 공방이었다.
나무를 고르고, 깎고, 샌딩하고,
옹이와 나뭇결을 살려 테이블과 트레이, 조명과 작은 소품들을 만든다.
어머니도 옆에서 손을 보탠다.
두 분이 알음알음 하나씩 만들다 보니
공방에는 제법 멋진 작품들이 많이 쌓였다.
그런데 만드는 손은 있어도
그 작품을 세상에 보여줄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어디에 올려야 할지,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시던 아버지가 어느 날 내게 말했다.
“블로그 하나 만들어줄 수 있겠니?”
별것 아닌 부탁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평생 가족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며 살아온 아버지가
이제야 자기 작품을 보여줄 작은 공간 하나를
자식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드렸다.
사진을 정리하고, 아버지가 만든 작품 이야기를 하나씩 묻고, 서툴지만 글도 써서 올리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좋아요가 늘 두 개쯤 달린다.
알림을 확인해 보면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다.
두 분은 서로의 글에 들어가 좋아요를 누르고
누가 봐주었는지 조용히 기다린다.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이상하다.
자식 하나 있는 것이 주말마다 뒹굴거리며 제 삶만 챙길 줄 알았지,
부모님이 늙어가는 속도가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조금만 더 일찍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드렸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 남는다.
얘들아.
내가 할 줄 아는 건
이렇게 구구절절한 넋두리를 적는 것뿐이라 미안하다.
무언가를 사달라고 부탁하려는 것은 아니다.
큰 관심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간이 괜찮다면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수 만든 작품을 한 번만 구경해 줄 수 있을까?
아버지 작품, 정말 멋지다.
나무가 생긴 모양을 억지로 지우지 않고
옹이와 갈라짐까지 하나의 표정으로 살려낸다.
투박해 보여도 손으로 만져보면 부드럽고, 사진보다 실물이 더 따뜻하다.
평생 몸으로 가족을 지켜온 사람이 이제 그 손으로 자기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누군가 한 번 봐주고,
“멋지네요”
“잘 만드셨네요”
그렇게 짧은 한마디만 남겨주어도
아버지에게는 오래 힘이 될 것 같다.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그냥 지나가다 작은 공방에 들른다는 마음으로
한 번만 놀러 와주면 좋겠다.
좋아요 하나도 좋고,
짧은 응원 한마디도 좋다.
말없이 작품만 천천히 보고 가도 괜찮다.
다른 것은 정말 바라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가 만든 것이 누군가의 눈에 한 번 닿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내눈엔 진짜 멋지거든.



우리공방 블로그주소야.
더 많은 작품들이 많이있어. 한번 놀러와주라.
https://blog.naver.com/solty_workshop/224359566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