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영국 여자들이 해피엔딩 내달라고 작가 협박한 사건

1740년대 영국에 새뮤얼 리처드슨이라는 아주 꽉 막힌 선비 스타일의 인쇄소 아재가 있었음

이 양반이 시골 하녀들한테
"주인집 도련님이 수작 부리면 이렇게 순결 지키세요~"
라고 가르쳐주려고 훈계용 도덕 지침서를 쓰다가
아예 소설로 낸 게 바로 파멜라란 소설이었는데
이게 대 히트를침

왜 히트 쳤나고?
문제는 도덕책이라면서
정작 주인놈이 하녀 침실 옷장에 숨어 있다가 잠옷 바람인 여주를 덮치고,
코르셋을 뜯으며 가슴팍에 손을 들이미는 등
당대 기준으론 화끈한 에로틱한 스킨십 묘사를 넣었음
게다가 결말도 자기를 강간하려던 주인놈을
끝내 도덕적으로 감화시켜서 결혼하고 신분 상승한다는 내용이라
굉장히 자극적인 묘사 + 신데렐라 스토리까지
아주 그냥 독자들 입맛에 맞아서 대히트를 친거

당대 문학계에선
"이게 뭔 도덕책이냐 ㅋㅋ 선비인 척하면서 성적 판타지 다 채워주는 합법적 야설,
순결 비싸게 팔아 취집한 꽃뱀년 망상이지"
라며 패러디까지 나오고 개같이 까였는데
참고로 패러디 소설 낸 인간중에
헨리 필딩(유명 영국작가..아마 영문학 관련 공부했으면 들어봤을꺼임)도 있었음
헨리 필딩이 쓴 작품 이름이 샤멜라인데
영문학에 관심이 많다면 아마 한번쯤 들어봤을수도

여하튼 긁힌 리처드슨은 이를 갈면서
"오케이... 이번엔 얄짤없는 순도 100% 성녀 여주랑,
절대 세탁 불가능한 개쓰레기 남주를 붙여서 진정한 도덕이 뭔지 보여주마"
하고 신작 클라리사를 집필하기 시작함

그렇게 탄생한 악역이 바로 집착남,나쁜 남자의 조상님 격인 로버트 러브레이스임
작가는 독자들이 이놈을 보며 치를 떨고 혐오하길 바랐는데,
문제는 여주를 파멸시킬 빌드업을 정당화하려고
이놈 스펙에다가
다이아수저 귀족 + 미친 외모 + 천재적인 두뇌 + 입만 열면 여자들이 홀리는 마성의 말발을 몰빵해버렸음

게다가 소설이 편지를 주고받는 서간체 형식이라,
러브레이스가 친구한테
"야 ㅋㅋ 내가 이번에 저 도도한 클라리사를 어떻게 멘붕시키고 내 발밑에 꿇릴 건지 내 빅픽처 한번 들어볼래?"
하면서 낄낄대는 편지가 계속 나옴
작가 의도는 사탄도 울고 갈 소시오패스이었는데,
이미 파멜라의 매운맛에 길들여진 18세기 유럽 독자들 눈에는 이게
'미치도록 위험한데 섹시해서 눈을 뗄 수 없는 마성의 나쁜 남자'로 읽혀버림
여기에 작가의 필력까지 좋아서 더 난리가 나버림

소설이 총 7권짜리 분권으로 1년에 걸쳐 연재됐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러브레이스의 악행은 선을 넘기 시작함
결혼하자고 여주를 속여서 런던 사창가에 감금하더니,
그래도 여주가 철벽을 치니까 아예 약을 먹여서 강간해버리는
역대급 피폐 전개를 시전함

리처드슨은
"ㅋㅋㅋ 이래도 빨아? 이제 다들 이 미친놈 지옥 가라고 욕하겠지?"
하고 흐뭇해했으나
이미 도파민에 절여진 당대 여성 독자들과 과몰입 팬덤은 정반대로 돌아버림
작가 집으로 수백 통의 편지가 날아드는데 내용이 가관임
"작가님 제발 우리 러브레이스 오빠 개과천선시켜서 클라리사랑 결혼해 행쇼하게 해주세요ㅠㅠ",
심지어 당대 귀족 부인들은
"만약 둘이 안 이어지고 클라리사 죽이면 작가님 평생 저주할 거고 불구대천의 원수로 삼을 거임"
이라며 사실상 협박성 편지까지 보냄

평생 도덕과 윤리만 부르짖던 유교씹선비 리처드슨은
자기가 만든 범죄자 소시오패스 캐릭터에
전 유럽 여자들이 하악거리는 꼴을 보고 그야말로 대가리가 깨져버림
결국 극대노한 작가는 독자들의 결혼 해피엔딩 요구를 단칼에 씹어버리고,
클라리사는 꺾이지 않는 순결한 성녀로서 시름시름 앓다 죽고
러브레이스는 여주 사촌이랑 결투하다 비참하게 뒤지는 파멸 엔딩을 써버림

얼마나 빡쳤던지 나중에 개정판을 낼 때는
아예 러브레이스의 대사를 훨씬 추잡하고 찌질하게 너프시켜 버리고,
페이지 하단에 직접 각주까지 주렁주렁 달아서
"독자 여러분, 여기서 이놈 말발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방금 이 대사는 진심이 아니라 악마 같은 본성을 숨긴 거라고요 아시겠어요?"
라며 독자들 한테 훈계까지함

하지만 작가의 이런 눈물겨운 똥꼬쇼에도 불구하고 러브레이스는
'치명적인 나쁜 남자'의 영원한 프로토타입으로 남았고,
오늘날 서양에서 'Lovelace'라는 이름 자체가 카사노바처럼 '마성의 바람둥이,난봉꾼'을 뜻하는
단어로 사전에 박제되어 버림
훗날 학자들은 리처드슨이 자신의 유교드래곤 본성때문에 막힌 욕망을
이런 소설로 푼거 아니냐? 이런 연구까지 나왔으니
뭐..참 웃픈 작가라고 볼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