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 이름이 존나 헷갈리는 이유

안녕하세요 구토 TV 민원팀 담당 메계장 입니다
시골 찾아가는 개붕쿤들이라면
주소에는 개붕리라고 써 있는데,
마을 방송에서는 개붕2리 주민 여러분~ 이러고,
어르신한테 물어보면 거긴 밤골이지 이러고,
택배기사는 도로명주소 찍고 왔는데요 이럽니다
처음 보면 마을 이름이 몇 개냐 싶을 텐데,
각자 쓰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이름이 여러개 살아남은 것입니다

1. 법정리는 땅문서 이름입니다
시골 주소에서 나오는 '개붕'리가 보통 법정리 입니다
이건 땅, 주소, 지번, 등기 같은 데 쓰는 이름이라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국가 입장에서는
이 땅은 AA군 BB면 CC리에 있음
이렇게 정리해두는 장부용 이름이라 보면 되겟슴다
사람이 주민등록상 이름 따로 있는 것처럼
땅도 공식 문서상 이름이 있고
이걸 법정리라 합니다

2. 행정리는 이장이 관리하는 현실 마을을 말합니다
법정리 하나가 너무 크거나,
마을이 산 하나 넘어 떨어져 있거나,
사람 사는 구역이 여러 군데면
그걸 하나로 관리하기가 힘듦.
그래서 행정 편의상 쪼갭니다
예를 들어 법정리는 그냥 오산리인데,
실제로는
오산1리
오산2리
오산3리
오산4리
이렇게 나뉩니다
이게 바로 행정리 입니다
쉽게 말하면
법정리는 땅문서 이름이고
행정리는 이장이 실제로 관할하는 구역이라 보면 됩니다

3. 시골에는 또 자연마을 이름이 있습니다
이건 행정구역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옛날부터 부르던 생활권 이름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임.
윗말
아랫말
밤골
새터
점말
느티나무골
이런 이름들 한번쯤 들어봤죠?
현지인한테는 이게 더 잘 통하는 네이밍 입니다
외지인이
개붕리 123번지가 어디예요?
하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윗골 주씨네 윗집 근처라는데요?
하면 바로
아 거기? 저 고개 넘어가서 느티나무 보이면 오른쪽임
이렇게 구분이 되는거죠

4. 여기에 현대에 들어와서 도로명주소가 또 붙습니다
예전 지번주소는
개붕리 123번지 이런 식이었는데,
도로명주소는
약후로 15
이게떡길 27
이런 식입니다
이건 내비, 소방차, 택배, 행정처리에는
편하기에 어쩔수가 없습니다
근데 시골 어르신 입장에서는
평생 밤골, 윗말, 김씨네 앞으로 살았는데
갑자기 무슨무슨길 28 이러면 감이 안오고
방문객들 입장에서도 시벌 이게 뭔소리여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이런 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택배기사: 도로명주소로 왔는데요
어르신: 거기가 어딘데?
택배기사: 붕길 14번지요
어르신: 아 그거 밤골 회관 옆이잖여
택배기사: 밤골회관이 어딘데요??
어르신: 아 됐어 거기 서 있어 내가 나갈게

5. 시골 행정에서 제일 중요한 존재가 이장입니다
이장은 공무원은 아닌데,
마을에서 행정 전달하고,
주민 의견 모으고,
지원금 안내하고,
마을 방송하고,
면사무소랑 주민 사이를 이어줍니다
도시에서는 문자나 앱으로 끝날 일이
시골에서는 이장님이 방송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르신들이 듣습니다
대충
아아, 주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내일 오전 10시부터 농기계 지원 신청 받습니다
이게 시골식 알림톡이고
마을방송이 어르신들과 시골에서는 제일 빠릅니다

6. 가끔 도시인들과 시골인들이 서로의 고향에 대해서 얘기하면
서로 얘기가 안통하는 경우가 이런 케이스들 입니다
시골 한 마을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이름이 여러 개 나올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는 곳이 있다고 치면,
공식 주소는 개붕군 약후면 이게떡리
행정 관리 주소는 지구2리
자연마을 이름은 밤골
도로명주소는 느티로 27
현지 설명은 마을회관 지나서 씨네 창고 뒤
외지인은 여기서 당황하지만
근데 현지인은 아무렇지도 않는데
왜냐면 각각 용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토TV의 메계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