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대신 커피 한 잔…"4일 내내 결혼식 했어요"
주례도, 식순도, 축의금도 없는 '이색 스몰 웨딩'
부부 "결혼식, 진정한 축하 교류 장 만들고 파"
하루 평균 70~80명 하객 와…초면인 분들도 축하
"2030 사이서 결혼식, 의미 중심 소비로 변화"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앞 역 인근 한 카페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부 오예지 씨(31)와 신랑 박남혁 씨(35)와 지인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25일 찾은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앞역 근처에 있는 한 카페는 여느 커피숍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매장은 잘 차려입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곳곳에서 축하 인사가 오갔다. 카페 곳곳엔 온갖 빛깔의 꽃이 놓였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없었다면 지금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카페 결혼식'은 이곳에서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이 카페의 주인장 커플이 자신의 업장에서 4일 내내 결혼식을 연 것이다. 식순도, 주례도 없었다. 하객은 축의금 대신 커피 한 잔만 주문하면 끝이다. 신랑·신부는 카페를 찾은 하객들과 입담을 나누며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이게 예식의 전부였다.
결혼식 비용의 거품을 쏙 뺀 극단적인 '스몰 웨딩'을 찾는 커플이 늘고 있다. 정형화된 식순과 스타일대로 진행되는 '공장형 결혼식'을 따르는 대신 예비 부부들이 직접 결혼식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카페 결혼식도 스몰 웨딩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앞 역 인근 한 카페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부 오예지 씨(31)와 신랑 박남혁 씨(35)가 축의금 대신 커피 한 잔 값을 받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앞 역 인근 한 카페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랑 박남혁 씨(35)가 하객들과 대화하면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예비 부부들이 스몰 웨딩을 찾는 이유중 하나는 갈수록 높아지는 결혼식 비용 부담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결혼서비스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전국 평균 결혼비용은 2139만원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2.3% 올랐다. 결혼비용은 예식장 계약금과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고물가 여파로 이제 결혼식 식사비 10만원은 예사가 됐다. 코스식의 평균 가격은 11만9000원에 이른다. 예비부부는 하객이 낸 축의금에 더해 알뜰살뜰 모은 돈을 식사비를 포함한 하루 결혼식 비용으로 써야 하는 셈이다. 예비부부도, 하객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카페 결혼식을 연 신부 오예지 씨(31)와 신랑 박남혁 씨(35)는 하객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았다. 그래서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축의금은 커피 한 잔 값인 5000원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