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조는 왜 이렇게 도둑놈 심보일까?
안녕 개붕이들아
난 SPK 학석박 후 삼성전자 적자사업부 다니고 있는 개붕이란다
요새 개드립에 회사 글이 많이 올라와서 댓글도 많이 달고 하는데
아무래도 내부 시선과 외부 시선 간에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서 퇴근하고 파업 시작한 김에 글로 한번 써봐
왜 얘네는 돈을 많이 줘도 파업을 할까? 궁금한 사람은 한번 읽어볼만하게 적어보려고.
누가 뭐래도 억대연봉 받는데 파업이 불가하다는 사람은 굳이 읽을 필요 없어. 개인의 생각을 존중해.
최대한 내가 이해하고 있는 사실관계 위주로, 대외비 내용 제외하고 알려진 내용 위주로 적어보겠지만
내가 모르거나 잘못 안 부분이 있을수도 있으니 그런건 댓글로 알려줘.
1) '성과 있는 곳에 보상'? - 성과 측정 단위의 당위성
원론적으로 성과 낸 사람이 보상 받으면 좋지.
근데 성과 측정이라는 건 아마 경영학의 큰 문제일거야
A과장은 올해 성과 3억2958만! B대리는 올해 성과 1억 1823만! 이렇게 정확히 알 수 있으면 누가 태클걸겠어?
근데 일단 이런 정량화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당장 매출이 나지 않는 연구개발이 끼면 더더욱 어렵지.
그래서 지금 회사도 크게 사업부 단위로 성과급을 책정하고 있어.
[삼성전자 사업부 조직도]

이게 최신판은 아니긴 한데, 지금 시끄러운건 크게 반도체를 하는 DS부문의 얘기야.
DS부문과 DX부문은 지금까지 계속 성과급을 따로 받아왔기 때문에 지금도 부문 간에 공유해야한다는 컨센서스가 있진 않아.
다만 AI 호황으로 메모리 매출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거의 순수 메모리 회사에 가까운 하이닉스 성과급이 폭발하면서 문제가 촉발됐다고 할 수 있지.
근데 삼성전자는 하나의 법인이고 이 사업부들은 그냥 삼성전자 내부의 조직 명칭일 뿐이야.
전영현 부회장이 현재 삼성전자 대표이사지만, 삼성전자의 방향을 정하는게 누구인지 직원 100명에게 물어보면
90명 이상은 서초라고 답할거라고 생각해.
즉, 각 사업부는 개별 법인으로서 각각 자기 사업부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가기 보다는
회사 전체 방향을 따르는 구조라는걸 기억해야 해.
스케일을 조금 축소해서 생각하면,
같은 회사에서 여러 팀에 사람 배치해서 제품개발시키는데
A제품은 흑자나니까 담당자 성과급 주고, B제품은 적자나니까 담당자들 성과급 안주는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어.
그리고, 매출에 기여하지 않아서 성과를 측정하기 힘든 조직들은 어떻게 보상을 해야 할까?
그림엔 표현 안되어 있지만 부문 직속 조직들이 있어. 대표적으로는 반도체연구소가 있지.
현재 안은 부문 직속 공통조직들에는 메모리사업부를 기준으로 70~80% 선의 성과급으로 얘기되고 있어
이 경우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기는데 먼저 연구소를 예를 들면,
연구소에서는 제품군을 가리지 않고 여러가지 초기기술개발을 하는데
연구소 메모리담당 -> 메모리사업부 는 사실상 동일한 제품을 개발하고 개발주기상 다른 부분을 담당하는데
보상의 차이가 20% 발생하지. 아마 이 부분이 부담스러워서 메모리를 기준으로 어느정도 주기로 할거야.
마찬가지로 연구소 파운드리담당 -> 파운드리사업부도 동일한 제품인데 성과급이 2배 이상 차이나게 돼지.
적자사업부 개발직군인 내 주변을 기준으로, 더 크게 불만을 갖는 부분도 있어.
예를 들면 사내예비군(인사), 사내게시판관리자(홍보), 기숙사관리자(총무) 같은 지원부서도 공통조직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사업부 소속 엔지니어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받게 되는거지 ㅋㅋ 적자는 안냈으니까 주는건가?
즉 회사가 주장하는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원칙을 포기할수 없다 는 슬로건이
듣기에는 너무 당연하고 여기 반대하면 양심없어 보이지만,
막상 회사안도 실제 성과대로 보상하는 제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그보다는, 사업부 별 편차를 크게 해서 직원들이 분열되기를 의도한다고 해석하지.
2) '적자' 사업부의 문제 : 적자는 실존하는가? 누가 적자에 책임을 져야 하나?
삼성전자라는 하나의 법인은 흑자인데 뭐가 적자라는걸까? 반성해야 할 적자의 주체는 어디일까?
시스템LSI 사업부의 경우, 크게 두가지로 제품군을 나누면 (1) 흔히 아는 엑시노스, SoC제품 (2) 센서제품 (3) 그 외 다양한 LSI제품 로 나눌 수 있어.
정확한 공시는 없는걸로 알고있는데 내가 알기로 외부고객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센서, LSI제품군은 적자를 내지 않아.
내부거래 -파운드리에서 공급받아서 무선사에 납품하는- SoC 제품이 '적자' 라는거야.
좀 이상하지? 내부거래를 하는데 어떻게 적자가 날까?
나한테 대표이사 시켜주면 SoC 사업 바로 흑자전환 할 수 있어.
파운드리사업부한테 싸게 사는걸로 처리하고, 무선사업부한테 비싸게 팔면 갑자기 '적자'가 없어져.
아니면 파운드리사업부 흑자 만들까? 시스템LSI에서 개발비 받아오고, 추가로 공급가 비싸게 하면 되잖아?
즉 시스템LSI의 '적자' 주원인인 SoC는 사실상 내부 계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부문 적자를 몰아넣을 수도 있고, 떠맡을수도 있는 위치인거지.
물론 SoC를 기깔나게 만들어서 사람도 더 많고 몸값도 비싼 퀄컴 미디어텍 잡고 돈 벌어오면 더 좋았겠지?
그럼 시스템LSI는 그렇다 치고, 파운드리 사업부는 왜 적자가 날까?
파운드리 절대강자, 파운드리라는 산업을 만들어낸 근본 그 자체인 TSMC를 보면 도움이 될거야.
TSMC는 메모리처럼 폭발하진 않았지만 꾸준히 성장하면서 미친 영익률을 보여주는 회사지
그게 아마 회사가 바랬던 미래상일거야. 내가 입사할 때 쯤 '시스템반도체 2030'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었고...
다만 한때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진출에 긴장했던 TSMC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TSMC는 애초에 공기업이기도 하고 대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아)
공격적인 투자 및 직원들을 갈아넣는데 더해서 (연구개발직도 24시간 교대로 사내경쟁을 했어)
애플이라는 초거대 고객을 바탕으로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굳혔지.
여기서 파운드리업에 대해 이해가 좀 필요한데,
파운드리는 본질적으로 위탁생산이고, 대형고객을 잡아서 단일종목을 대량생산할수록 공정의 기본 수준을 높이는 데 유리해.
공정수준은 보통 수율을 대표로 많이 얘기하는데 수율이 높을수록 이익률이 높아지지.
한때 파운드리 분사 얘기가 많이 나왔던게, 고객과 절대 경쟁하지 않겠다 라는 사업모델을 제시한 TSMC와 비교했을 때
삼성은 엑시노스를 만드는데 퀄컴이 삼성파운드리에 스냅드래곤을 맡기겠냐는 거지.
다만 고객 입장에서도 TSMC같은 슈퍼 을 혼자 독주하는 것보다는 경쟁자가 있는게 유리하니까
그 이유로 무조건 파운드리가 안된다고 하기는 어려워. 실제로 예전에는 애플 칩과 스냅드래곤을 삼성이 생산하기도 했었고.
어쨌건간에 TSMC와의 경쟁을 포기한 UMC나 글로벌파운드리와는 다르게
삼성은 고객수주에 일정 디스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어도 1위의 꿈을 버리지 않았어.
어떻게든 엑시노스라는 내부 고객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서 TSMC를 계속 쫓아나가보겠다는 결정을 했지.
그 결과가 TSMC보다도 빠른 세계최초 Gate-All-Around FET 구조를 이용한 3nm급 제품 양산이야.
하반기에 해소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적자를 보고 있지.
근데, 각 사업부에 재량권을 주고 적자내면 짜른다고 했다면 이런 연구개발 위주의 선택을 했을까?
파운드리 돈 벌수있어. TSMC가 아니라 UMC나 글로벌파운드리와 비교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당장 돈은 못벌더라도 첨단 파운드리라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어나가겠다는 결정을 내린게,
적자라는 책임소재를 당장 져야하는게 파운드리 사업부의 몫일까?
요즘 HBM도 파운드리를 이용해서 턴키 수주가 가능하다는걸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 처럼 회사의 투자가 빛을 발할 수 있어.
그 경우에는 파운드리가 혼자 이득을 누려야 할까?
3) 삼성전자 노조는 왜 타협하지 않고 강대강 대치할까? - 신뢰비용
근데 신기하지 않아? 이렇게 많은 이해관계를 가진 회사에서 어떻게 직원들이 한뜻으로 모여서 과반노조가 생겼을까?
지금 회사안은 메모리사업부는 어떻게든 하이닉스보다 챙겨주겠다고 하는데, 왜 메모리사업부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해서 싸우고 있을까?
현재 노조 구성을 봤을 때 거의 40%를 차지하는 DX부문은 소수고, 반도체 DS부문의 가입률은 70%가 훌쩍 넘어.
이 이해 안되는 현상은 수년, 혹은 십수년간 회사가 직원에게 신뢰를 하나도 얻지 못했으니까 라고 봐야해.
지금 액수가 가장 크게 문제로 보이지만, 노조가 가장 먼저 들고 나온 타협 불가 의제중 하나가 투명화, 제도화야.
회사가 가지고 온 초기 제안에는 이런 조건이 달려 있었어.
'매출 1위, 영익 1위 시에 특별 보너스 지급'.
언뜻 보면 당연히 달성될 것 같은데 왜 있으나 마나 한 조건을 절대 못받겠으니 폐지하라고 할까?
회사는 필요하다면 투자비용을 상계해서 영익을 축소하더라도 성과급을 안주려고 할거라는 생각이 있어서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까?' 보다는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하겠네?' 인거지.
비율 배분도 마찬가지야. 메모리사업부에는 손해처럼 보이는데 왜 이걸 감수하고 노조로 단체행동을 할까?
'회사가 돈 주기 싫으면 메모리사업부 5천명쯤 남기고 공통조직으로 보내서 돈 아끼겠네' 라는 생각이야.
과장같지? 실제로 많이 나오는 얘기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오늘은 여기 사업부 소속이었다가, 오늘은 공통 소속이었다가, 회사 뜻대로 가능하거든.
앞에 말했듯이 삼성전자는 하나의 법인이라 그냥 조직도 수정하면 되는거고 실제 사례도 있어.
신뢰는 대가를 치러야 얻을 수 있는 비용이자 자산이지.
경영철학이 '인재제일' 이라고 하는 회사가
법원 소송에서는 '회사의 성과는 시장상황과 경영에 의한 것이고 직원의 기여는 미미하다' 라고 주장해.
이렇게 회사가 주고 있는 시그널은 '임원들이 중요하고 직원들은 있으나 마나'에 가까워.
적자사업부 임원들이 성과급을 못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26년 1분기 공시에 따르면 전영현 부문장은 올해 자사주 135,000주를 PSU로 지급받았어. 400억에 가깝지.
정확한 조건은 모르겠지만 직원들처럼 목표주가 달성시 몇배수 지급이라는 조건이 있을 수도 있어.
이렇게 성과는 임원이, 책임은 직원이 지게 하면서 신뢰를 잃은 회사가
직원들과의 협상에서 원하는 양보를 받기 힘든건 신용점수가 낮으면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것처럼 당연한 일에 가깝지.
4) 꼬우면 나가. 이직하면 되는데 왜 회사말아먹는 파업을 해?
러프하게, 이직할수 있으면 이직하는 것 처럼 파업할 수 있으니까 파업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직원들의 생각을 좀 더 설명해볼게
삼성전자 직원들은 진짜 3년간 슈퍼사이클에서 회사 이익 빨아먹을 수 있으면 회사가 망하든말든 상관없어서 파업할까?
이건 뭐 공감은 안될 수 있지만, 진짜 회사가 잘되기 위해 한번 파업해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요즘 댓글보면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 줄 섰으니까 노조 다 자르라는데
그렇게 직원들 한번 물갈이 하면 진짜 회사가 잘 될까?
내 생각에 다 자를 필요도 없고 경쟁업체 이직제한만 없었으면 하이닉스는 천억정도만 써서 삼성전자 기술력 망가트릴 수 있어.
반도체 산업은 누구 하나가 첨부터 끝까지 빠삭할 수가 없어.
설계부터 공정, 제조, 검사까지 엄청나게 넓은 영역에서 세분화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제품이 나와.
그런데 직원들이 이렇게 모두가 회사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고 싶어한다면,
경쟁업체에서 그 중 몇 개 팀만 싹쓸이 스카웃 하면 이제 첨부터 개발 새로 시작하는거랑 비슷할거야. 근데 이미 떠난 사람들이 많아.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망해가는 회사의 특징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 시작은 A급 인재의 이탈이라고 하지.
경쟁사 대우가 좋을수록 떠나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에이스일 확률이 높을거고.
지금 우리 회사가 그 초입에 있지 않나 하는 이렇게 위기감을 많은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어.
상식적으로 내가 다니는 회사가 진짜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반수가 넘을 수 있을까?
즉 믿건 말건,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찬성하는 직원들은
재무 출신 경영자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현재의 회사 모습보다,
(이건 인텔 사례로 bean counter라고 검색하면 기사가 많이 나와)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보상으로 더 뛰어난 팀원들과 더 강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일하도록 하는게
기술 기업이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도 분명히 한편으로는 가지고 있어.
물론 자신에 대한 보상도 포함되니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의견이라고 할 수는 없고,
실제로 직원들은 아무나 뽑고 임원들만 잘 대해주면 회사가 잘 굴러갈 수도 있지.
5) 맺으며
아쉽지만, 현재 적자사업부 소속인 내 주변의 분위기는 당연히 최악이야.
회사 내에서 직급 가리지 않고 서로 좋은데 가자고 격려하는 회사가 정상은 아니겠지?
하이닉스 신설Fab 채용 때까지 계속 지원하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해외로 나가면 더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해외를 고려하고 있고
나도 헤헌 통해서 연락은 꽤 자주 받는데 자리 알아볼까 싶고.
십수년간 회사에 애착을 가지고 다니던 분들도 이제는 정이 다 떨어진다고 하는거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줘도 이제는 예전만큼 회사에 충실한 사람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이제는 정말 가성비 떨어지는 지출이 되었으니 경영진의 능력으로 빨리 흑자 턴어라운드 시키는게 좋을 듯 해.
아무튼 궁금했던 개붕이들이 있으면 이해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고
주주라서 화나면 그냥 하닉 마이크론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