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97조 팔았다, 삼전 지분율 18년 만에 최저인데 개미는 왜 미국으로 갔나

3분기 코스피가 18% 넘게 빠지는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끊임없이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율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수준까지 내려앉았고, 그 사이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쓸어담았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내도 주가가 반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건 실적이 아니라 수급과 자금의 방향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야 할 때다.
삼전 영업익 107조에도 외국인은 왜 팔았나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07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외국인 보유율은 오히려 46%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 숫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고, 1998년 외환위기 직후와도 비슷한 구간이다. 숫자만 보면 반도체 업황은 HBM4와 메모리 초호황 기대로 나쁘지 않은데, 외국인 자금은 실적보다 다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56%대였던 외국인 보유율이 49%대로 밀리면서 전기전자 업종 전체의 외국인 비중이 올 초 40.87%에서 38.09%로 낮아졌다. 올해 누적 197조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023년 11조원대 순매수, 2024년 보합과 비교하면 완전히 이례적인 흐름이다. 좋은 실적이 곧바로 수급 반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시장이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 셈이고, 이는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짠 투자자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신호다.”
개미는 국내 팔고 미국 샀다, 10조원의 이동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이동 경로를 보면 3분기 코스피 부진의 또 다른 단면이 드러난다. 7월과 8월에는 각각 5조원, 3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개인이 9월 들어 14조원을 한꺼번에 팔아치우며 하반기 누적으로 5조590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은 10조원 넘게 사들였는데, 이는 국내에서 빠진 자금보다 더 큰 규모다. 상반기만 해도 국내 순매수가 99조원에 달해 미국 주식 순매수액의 8배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반대 흐름으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오면서 달러 자산을 사는 부담이 줄어든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4개월 만에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사이 AI 랠리를 탄 미국과 대만으로 자금이 쏠리는 흐름은 당분간 쉽게 꺾이기 어려워 보인다.
거래대금 줄어드니 증권주 실적도 눈높이 낮아진다

수급 이탈은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곧바로 증권사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5개사의 3분기 합산 순이익 추정치는 1조2000억원대로, 사상 최대였던 2분기 대비 20~4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주식 거래대금 감소에 더해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까지 둔화되면서 수탁수수료 수익이 직접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시장금리 반등으로 채권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렸던 트레이딩 부문도 둔화 압력을 받고 있다. 다만 이런 실적 둔화 우려는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PB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가 역사적 하단까지 내려온 상태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거래대금 감소가 일시적 요인이라면, 주주환원 확대와 WM·발행어음 등 수수료 기반 사업이 받쳐줄 경우 4분기 이후 반등 여지는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PBR 명단 공개 앞둔 금융주, 지방금융은 한숨 돌렸지만

다음 달 처음 공개되는 저PBR 기업 명단을 앞두고 금융업종 전반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누적 3년간 6개 반기 연속 기준을 밑돈 금융사는 8곳으로 추려지는데, iM금융지주는 PBR이 0.4배 후반대까지 올라오면서 명단에서 일단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iM금융(0.42배)과 BNK금융(0.48배)은 여전히 금융업종 평균 0.8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 밸류에이션 격차는 숙제로 남아있다. 3분기 실적도 녹록지 않다. iM금융은 충당금전입액 증가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밑돌 전망이고, BNK금융은 순이자마진 하락과 조달비용 증가로 컨센서스를 17%가량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건 결국 추가 자사주 매입과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여부다. 저PBR 탈출이라는 1차 관문은 넘더라도, 실질적인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은 주주환원 강도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3분기 한국 증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실적이 아니라 수급이다.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도,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도 외국인 매도세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고, 그 공백을 메울 국내 개인 자금마저 원화 강세를 타고 미국으로 빠져나갔다. 증권사와 금융지주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는 것도 결국 거래대금 감소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현상이다. 외국인 수급 반전의 조짐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밸류에이션 매력만 믿고 비중을 늘리기보다, 변화의 신호가 나올 때 분할로 대응하는 전략이 더 안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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